깃털달린 뱀
13 인류 생존을 위한 피와 인류 종말의 날
행콕 아저씨는 멕시코의 유카탄에 있는 치첸 이트사에서 쿠쿨칸의 신전을 찾는다. 30미터 높이의 이 지구라트는 전체계단 수가 365칸이다. 춘분과 추분에 시계처럼 정확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삼각형의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서 북쪽 계단에서 거대한 뱀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이 보이게 하기 위해 건설한 것이다.
스페인이 정복하기 전에 이 지방 일대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빈번하게 거행되었다. 희생자를 돌 위에 눕히고 네 명이 팔과 다리를 벌리게 하고 위에서 누르면 손에 칼을 든 집행자가 나타나 뛰어난 기술로 젖꼭지 아래 늑골 사이로 칼을 집어넣는다. 그 자리에 손을 넣어 심장을 움켜쥐고 접시 위에 얹었다. 멕시코에서 번성한 위대한 토착문명 모두가 인간학살의 의식에 열렬했다.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올멕문명이 이미 정착시킨 이 학살극은 스페인 점령 당시의 아즈텍인들이 이어받아 광적으로 거행했다. 8대황제 아위소틀은 우이칠로포크틀리 신전을 세울 때 8만명의 죄수들을 죽여 제물로 바쳤다. 아즈텍인들은 죽인 제물의 가죽을 벗겨 몸에 걸치기를 좋아했다. 피와 기름을 흘리면서 도시를 뛰어다니면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신전에는 피가 흘러넘치고 계단아래까지 흘려내려 얼어붙었고 공포에 떨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16세기 초반에는 매년 25만명을 죽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랬을까? 그들은 제물을 바쳐 세계의 종말이 오는 것을 늦추려고 했다. 우주의 대 주기가 흘러 스페인 점령시에는 제 5태양의 시기였다고 한다. 4008년동안 계속된 제1태양시기에는 거인이 살았는데 물로 멸망당했다.
제2태양시기는 4010년동안이었으며 바람의 뱀 때문에 멸망당했다. 제3태양은 4081년 동안이었는데 불로 멸망했다. 제4태양은 5026년동안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피와 불의 홍수 속에서 기아로 죽어갔다.
여섯번째 황제 악사야카틀이 만든 태양의 돌은 무게가 24.5톤으로 동심원 모양을 연속적으로 조각했는데 네 개의 태양이 끝났음을 적어놓았다. 제5태양신의 혀는 입밖으로 나와있고 얼굴에는 주름이 많다. 혀를 내밀어 인간의 심장과 피에 굶주린 얼굴을 하고 있다. 제5태양은 운동의 태양이며 지구가 움직이기 때문에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그들은 제5태양이 마지막에 와있다고 믿었다. 종말의 시기를 계산하는 방법은 아즈텍시기에 잊혀졌고 이 필수적인 정보가 사라지고 나자 빈번하게 제물을 바쳐서 불가피한 파국을 늦추려고 했다. 신들이 선택한 아즈텍인들은 성스러운 사명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포로의 피를 토나티우 태양신에게 바쳐 종말을 연장해온 것이다. 올멕이나 아즈텍이 아닌, 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위대한 문명인 마야문명이 남긴비문을 현재의 양력에 대입하면, 제5태양이 끝나는 날은 2012년 12월23일이다.
14 뱀의 사람들
행콕아저씨는 안데스의 비라코차와 고대 멕시코의 주신 케찰코아틀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케찰코아틀은 피부가 희고 붉은 색이 감도는 얼굴이며 긴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고 전한다. 백인이고 키가 크며 긴 속눈썹, 큰 눈, 긴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턱수염이라는 기록도 있다.
과일과 꽃 이외의 제물을 비난했던 평화의 신이라는 전승도 있고, 노를 젓지 않아도 달리는 배를 타고 왔으며 사람들에게 불과 요리, 집과 일부일처제와 평화를 가르쳤다는 전승도 있다. 비라코차가 많은 이름으로 불리우듯 케찰코아틀도마찬가지였다. 구쿠마츠, 쿠쿨칸 등의 이름은 모두 깃털(날개)달린 뱀이라는 뜻이다. 이름의 뜻을 해석하지 못한 마야의 신 보탄이나 이참나의 상징도 뱀이며 하얀피부와 턱수염과 긴 겉옷이 그 특징이다.
모든 전설은 이 신인이 먼 동쪽바다에서 왔고 사람들이 슬퍼하는 가운데 왔던 방향으로 다시 배를 타고 오겠다면서 떠났다. 멕시코에서는 바다 위를 걸어서가 아니라 뱀의 뗏목을 타고서다. 이 외국인들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었던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많은 전승 속에서 조수를 거느리고 있다. 이 뱀의 사람들의 손에 닿기만해도 병이 나았고 죽은 사람도 살려내었다고 전한다.
문자를 전하고 역법을 개발하며 건축의 비술을 가르치고 지구를 계측하며 옥수수를 보급하고 법률을 제정하며 예술을 향유한 이 케찰코아틀의 시대를 제물에 미쳤던 아즈텍인들조차 흠모했다고 한다. 케찰코아틀은 살아있는 것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며, 정 하려거든 새나 나비를 쓰라고 가르쳤단다. 이들은 무엇이 잘못되어 여기를 떠났을까?
멕시코의 전설이다. 깃털 달린 뱀의 지배는 암흑의 신 테스카틸포, 즉 연기를 내뿜는 거울이 득세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 싸움의 무대는 툴라라는 곳으로 천년역사보다 더 오래된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현재 발굴중인 툴라의 피라미드 오른쪽에 있는 긴 운동장에서는 고무공을 갖고 빼앗는 경기를 하다가 지면 목이 잘리는 공이었다. 뒤로 서있는 우상은 무언가 들고있는데 자세히 보면서 상상해보면 어떤 기계장치처럼 보인다.
암흑과 탐욕과 사악을 대표하는 테스카틸포카는 케찰코아틀과 매우 오랜동안 전쟁을 계혹했다고 전설은 말한다. 때로는 이쪽이 때로는 저쪽이 우세했고 결국 최종적으로 악이 선을 이겨 케찰코아틀은 도망한다. 꽃을 제물로 받는 시대의 막을 열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15 멕시코의 바벨탑
행콕아저씨는 인공산인 틀라치우알테페틀로 향한다. 케찰코아틀을 숭배하는 종파의 성지였던 여기에는 현재 카톨릭교회를 세워놓았다. 토대의 크기는 45헥타르며 높이는 64미터이다. 이집트 대 피라미드의 세 배나 되는 크기이며 토대의 한 변은 500미터고 허물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퇴보하고 있던 원주민을 확실히 정복하기 위해 에르난 코르테스는 이 인공산 위에있던 신전을 깨부수고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웠다. 턱수염을 기르고 하얀 피부를 빛내는 이 사람들을, 원주민들은 상냥하게 신전으로 안내한다. 숭배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호화로운 음식을 내오고 춤과 노래로 그들을 대접하던 원주민들에게 스페인사람들이 선사한 것은 다름아닌 ‘학살’이었다. 문을 잠그고 보초를 세운 다음 죽인 원주민의 수는 6000명으로 아즌텍의 학살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페루와 멕시코의 정복자들은 원주민이 지니고 있던 전설 덕분에 칙사대접을 받으면서 마음대로 난장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림설명-케찰코아틀
비라코차나 케찰코아틀과는 달리 안데스의 피사로와 중미의 코르테스는 이리처럼 날뛰며 땅과 사람과 문화를 먹어치웠고 대부분을 파괴했다. 그들은 무지와 편견과 탐욕으로 가득찬 더러운 손을 흔들어대며 인류의 귀중한 유산을 싹쓸이했다. 칼을든 군인과 성경을 든 신부들은 상징을 파괴하고 보석을 갈아버리고 세공품을 녹여버리고 그림과 글자가 들어있는 수만점의 사본과 사슴가죽을 태워버렸다. (이시점에서 초고대방 사람들은 잠시 눈물을 머금어야 마땅하다) 거대한 불기둥을 이루며 이 대륙의 역사기록이 연기로 날아갔다. 남은 것은 “스페인사람들 덕분에”아직까지 전해지는 20여개의 사본과 두루마리다.
몇 명의 우리 초고방사람 같은 스페인사람들이 원주민들의 전승을 기록하고 수집했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받아적고 유적을 조사해 기록했다. 그 중 하나가 바벨탑의 전설을 전한다. 디에고 데 두란이라는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도사는 1585년 촐롤라에서 100살이 넘은 노인에게 “암흑 가운데서 태양이 떠올라 햇살을 비추자 거인들이 나타나 땅을 지배했으며 이들은 태양의 빛과 아름다움에 빠져 하늘까지 이르는 높은 탑을 지어올렸는데, 천국의 신이 분노하여 하늘의 주민들을 내려보내 탑을 파괴하고 건축가들을 지구 구석구석으로 내쫓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출롤라의 피라미드는 많은 서로 다른 문화가 다른 시대에 공동의 노력을 들여 짓고 고치고 한 것이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피라미드 위에 피라미드를 얹고다시 올리고 한 식이다. 크기로만 본다면 지구 최대의 건축물이다. 누구를 위해 이거대한 신전을 지었는지, 스페인 야만인들 덕분에 거의 알 수 없지만, 태초에 나타난 거대한 남자들이라는 희미한 흔적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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