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공부란 추상화가 걸려 있는 전람회의 회랑(回廊)을 도는 것과 같습니다. 언뜻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조용히 관조(觀照)해보면 많은 추상화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그 사람의 지혜와 지식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시각을 엄청나게 확대하여 지구 밖에서부터 지구를 관찰하는 공부를 시작해 봅시다. 동양의 공부란 관찰자의 입장을 수시로 바꾸어야 하고 시각 또한 고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작게는 한 방울의 이슬 속에서도 우주를 볼 수 있어야 하고 크게는 대우주도 손바닥에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큰 시각에서 바라볼 때 하늘과 땅은 하나의 짝이 됩니다. 서로의 성질은 정반대이며, 하늘을 양이라 하고 땅은 음이라 합니다. 하늘을 먼저 봅니다. 하늘에는 해와 달이 존재합니다. 이 해와 달 역시 좋은 짝이 됩니다. 해는 스스로 빛을 내어 낮을 밝히고 달은 스스로 빛나지는 않지만 해의 빛을 반사해서 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를 양(陽)이라 하고, 달을 음(陰)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이치로 별을 나누어 성(星)과 신(辰)이라 합니다. 황극경세(皇極經世)의 관물편(觀物篇)에서 소강절 선생이 성(星)을 소양(少陽)이라 하고, 신(辰)을 소음(少陰)이라고 하신 것을 보면 해와 달의 선상에서 성신(星辰)을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성(星)은 빛나는 별이고 신(辰)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별인 것입니다. 그래서 성(星)을 양(陽)이라 하고 신(辰)을 음(陰)이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양(陽)인 하늘에는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짝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음에는 땅을 봅시다. 땅에도 역시 해와 같은 존재가 있는데, 바로 불(火)입니다. 불은 스스로 타오르는 능력이 있어 양(陽)에 속합니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 짝이 되는 것이 물[水]입니다. 물과 불은 하늘의 해와 달과 같이 대비되어 상대적인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면 성신[星辰]과 비유될 수 있는 존재는 무엇일까요? 바로 돌[石]과 흙[土]입니다. 물과 불은 쉽게 이해되지만 돌과 흙은 음양으로 잘 유추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빛나는 별[星]이 차츰 빛을 잃어 가다가 나중에는 빛을 내지 못하는 별[辰]이 되듯이, 단단하던 돌[石]이 세월에 깎여 차츰 부드러운 흙[土]으로 부서지게 됩니다. 그래서 단단한 돌[石]은 양이라 하고 부드러운 흙[土]은 음이라 합니다. 이상으로써음인 땅에는 수화토석(水火土石)이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화토석(水火土石)은 소강절 선생께서 확고한 자연관을 바탕으로 추론하신 것입니다.추상화를 관람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돌아서 버리면 그림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천지(天地)가 짝이 되고, 일월(日月)이 짝이 되고, 성신(星辰)이 짝이 되고, 수화(水火)가 짝이 되고, 토석(土石)이 짝이 됩니다. 다시 일월성신과 수화토석 역시 짝이 됩니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짝들이 처음 만나서 삼라만상의 조화가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천지 바둑에서 첫번째 포석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