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콘도르의 비상

행콕 아저씨는 세스나기를 타고 페루 남부에 있는 나스카를 날아간다. 고래, 원숭이, 벌새, 알카트라즈라는 왜가리, 물고기, 삼각형, 펠리컨, 콘도르. 반신반인의 비라코차가 만들었다고 전하는 이 거대한 지상조형물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나스카고원의 320평방킬로미터 대지 위에 있다. 높이서 보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그림인지 알수도 없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1400년전 에 그렸다는 것뿐이다. 나스카의 그림은 2단계에 걸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데, 먼저 만든 것이 더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다. 이 간격도 도무지 알 수 없다.  

  거미그림을 조사한 피틀루거 박사는 별자리와 비교해 조사한 결과 거대한 오리온자리를 지상에 그린 것이고, 그 그림에 연결된 화살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오리온 벨트의 별 세 개가 변천한 것을 그린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것은 암호문자가 아닐까? 종이 위에 그렸대도 상당한 역작인 한 줄로 그린 원숭이의 길이는 122미터, 폭은 91미터이다.

 

5 과거로 인도하는 잉카

  공예품이나 기념비, 마을, 사원보다 종교적 전승이 훨씬 오래 남는 법이다. 전승은  변형되기는 해도 없애기가 가장 어려운 인류의 문화유산일 것이다. 스페인이 절멸시킨 잉카의 전승은 그나마 가녀린 흔적이 남아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의 창시자는 비라코차들이며 이 신비로운 존재들이 나스카의 그림도 그렸다고 한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태평양연안에서 안데스에 이르는 지역을 통치하던 잉카제국의광대한 도로망을 이용해 쉽사리 그들을 정복했다. 해안을 따라 3600킬로미터, 산맥을 따라 비슷한 길이로 난 도로는 많은 지선과 연결되어 스페인군대의 무자비한 진군을 도왔다.

  잉카족은 태양신 인티를 최고신으로 숭배했고 인티는 나스카에 있는 그림을 그린비라코차이며 이름의 뜻은 ‘바다의 거품’이라는 의미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잉카의 단단한 신전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그 위에 식민지풍의 사원을 지었다. 700장 이상의 순금이 덮였던 그곳을 스페인 사람들이 없애지 못한 것은 정교하게 짜맞추어놓은 돌블록 시스템 덕분이었다.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돌들이 기묘하게 맞추어진 도로와 구조물. 접합부로는 종이한장 들어가지 않는다.

  스페인이 들어오기 전, 여기는 예수의 제자 바돌로메와 닮은 턱수염을 기른 백인의 신전이었다. 비라코차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했고 스페인군대는 잉카군을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잉카인은 돌아온 비라코차를 보았던 것일까?

 

6 혼란의 시대에 나타난 남자

  안데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고대전설에는 키가 크고 턱수염을 길렀으며 피부색이 하얗고 외투를 입은 불가사의한 인물이 등장한다. 다른 장소에서 여러 이름으로 전해지지만 동일한 특징을 구비하고 있다. 비라코차, 바다의 거품이라는 이 사내는 과학과 마술에 능통하고 무서운 병기를 다루며 혼란의 시대에 나타나서 세계질서를 바로잡았다.

 얼마간의 차이는 있지만 안데스 전 지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다. 지구가 홍수로 물에 잠기고 태양이 사라져서 암흑으로 변한 무서운 시대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위대한 힘을 가진 이 존재는 지나가는 모든 지역에 기적을 베풀고 모든 언어로 말할 수 있었다. 턱수염, 키 큰 하얀 남자. 하얀 외투에 허리띠의 이사람은 문명화라는 사명을 마친후 바다로 사라져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바다의 거품’이라는 이름, 비라코차라고 부른다.

 그는 무엇보다도 교사였다. 무질서한 사람들, 벌거벗고 다니는 사람들, 식량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가르쳐서 문명의 황금시대를 구축했다. 의학, 야금학, 농업학,가축학, 문장학, 공학과 건축학의 세련된 원리와 기술을 전해주었다. 그가 수행원을 데리고 다녔다는 기록도 있고, 비라코차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크샤우만으 고대성채는 돌들로 이루어져있고 돌 중 하나의 높이는 8.53미터, 무게는 361톤이다. 소형자동차 500대의 무게인 셈이다. 바퀴의 존재조차 알지못한 잉카에서 이런 건축물은 누가 만든 것일까? 전설에 따르면 이런 고대건축물은 턱수염을기른 하얀 이방인들, 빛나는 사람들인 비라코차가 건설했다고 전한다.

 

7 그렇다면 거인이 있었단 말인가

   행콕 아저씨는 쿠스코를 등지고 마추픽추라는 잉카의 도시로 가는 길에 인디오들의 전설을 되짚어본다. 대홍수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사하고 티티카카 호수에 한 명의 비라코차가 나타난다. 그는 태양과 달을 만들고 인류를 증식시킨다. 또다른 전승에는 최초에 창조의 신 비라코차가 거인들을 바위에 새기고 생명을 불어넣는다. 거인들이 태어난 것이다. 거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싸우고 일하기를 싫어했다. 창조신은 홍수로 그들을 멸망시켜버렸다. 마치 구약성경에 나타난 거인들의 이야기같다.

   비라코차는 그의 제자를 산과 들과 바다로 보내 사명을 수행한 다음 다시 합류한다.  그는 사람들을 남겨놓은채 제자들과 함께 물 위로 걸어갔다. 그리고 파도 위를 걸어 태평양 저쪽으로 사라졌다.    

   마추픽추는 너무 높은 곳에 있었던 나머지 유럽 침략자들의 파괴를 면할 수 있었던 기이한 유적이다. 마추픽추의 유적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불멸의 조각이다. 산 정상에서 맞은 편 우아나 픽추를 마주보며 건설된 이 신성한 구조물은 다각형돌을 완벽하게 서로 맞물려 쌓아올렸으며, 자연석도 군대군대 전체의 도안 속에 포함되어있다.

  포츠담대학의 천문학교수인 롤프물러는 마추픽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천체의 위치에 맞추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수천년의 별자리 위치를 계산한 결과 기원전 4천년에서 2천년 사이에 완성한 구조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추픽추는 티티카카 호수에 남쪽으로 떨어진 볼리비아의 콜라오라지방에 있다.

 

8 세계의 지붕에 있는 호수

  볼리비아의 수도 라 파스는 거대한 분지에 있는 도시이며 해발 3킬로미터 높이에있다. 라 파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티티카카 호수가 있다. 티티카카 호수는 해발 3810미터의 높이 있고 볼리비아와 페루의 국경선이 여기를 지나간다. 길이는 222킬로미터, 폭은 112킬로미터다. 곳에 따라서는 깊이가 300미터인 곳도 있어 지질학상으로도 수수께끼인 호수다. 조개껍질 화석이나 살고있는 생물을 보면 여기는 예전에 바다였다. 어부의 그물에 걸려드는 생물 중에는 해마도 있고 주위에는 태고의 해안선 흔적이 남아있다.

   해안선에서 상당히 떨어진 티아우아나코에는 선착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가 티티카카 호수에 맞닿아 있었던 항구도시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 선착장은 지금의 수면에서 30미터나 높은 곳에 있다. 호수 수면이 급격이 낮아졌거나 이 선착장의 땅이 솟아오른 것이다. 티아우아나코라는 선착장을 건설하고 나서야 어떤 지각변동이 있었다는 셈이다. 이 선착장을 건설한 시기는 도대체 언제일까? 추정해보건데 기원전 1만5천년경이다. 갑작스러운 자연의 대변동은 기원전 1만1천년경에 닥쳐왔을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

 

9 과거 그리고 미래의 왕

  티티카카 호수 부근인 콜라오라 지역에서는 주류에서 벗어난 전승이 전해온다. 문명을 전파한 투누파라는 영웅이 신처럼 숭배되었다. 그는 위엄이 넘치는 백인으로 턱수염과 파란눈을 하고있었고 냉정하고 금욕적이며 술에 취하는 일과 일부다처제, 그리고 전쟁을 하지 말도록 설교했다. 그는 평화로운 왕국을 세우고 문명과 기술을 가르쳤다.

   그러던 중 그를 질투하던 공모자들의 습격을 받고 깊은 상처를 입는다. 그들은 투누파를 풀로 만든 배에 실어 호수로 띠워보냈다. 배는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그들은 놀랐다. 배는 강으로 흘러 해안선에 다다랐다.

   이 전승은 이집트의 오시리스 전승과 거의 흡사하다. 오시리스는 플루타르크가 상세한 전승을 남긴 이집트의 문화영웅으로 그의 의형제인 세트의 음모로 연회에 초대된 후 나무상자에 갇혀 나일강에 버려졌다. 오시리스의 아내인 이시스가 이 상자를 감추자 세트는 상자를 찾아내어 신성한 사체를 14등분으로 토막냈다. 이시스는 시체의 파편을 찾아 하나로 모아 복원시키고 별로 태어나는 과정을 거쳐 저승의 왕이 되었다.

   문명전파자, 음모에 빠져 죽고, 배와 같은 것에 넣어 띄어보내고, 강을 표류하고 바다에 도착하는 이야기의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행콕 아저씨는 티티카카에 있는 수리키 섬으로 가서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배, 토토라라고 부르는 배를 보고 깜짝 놀란다. 그것은 이집트의 파피루스 배와 엄청나게 닮아있었던 것이다. 만드는 방법과 만든 모습이 똑같은 이 배를 보며 이집트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Posted by 바람을본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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