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불가사의

24 꿈의 메아리

태고로부터 전승되어온 몇 개의 위대한 신화는 인류가 세계적인 대변동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서로 관계가 없을 듯한 문명들의 신화가 이렇게 비슷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메르의 길가메시는 거대하고 끔찍한 대홍수로 사라진 시대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그는 대홍수때 살아남아 인류를 존속시킨 대가로 불사의 몸을 얻은 우투나피시팀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신들도 땅에 살았단다, 공기의 신 아누, 하늘의 주신 엔릴, 전쟁과 사랑의 신 이슈타르, 인류의 친구이며 보호자인 에아...

그림설명: 길가메시 서사시 점토판

신들은 엄청나게 늘어난 사람들과 그들의 싸움질을 보기 싫어 인류를 멸망시키려한다. 에아는 우투나피시팀을 가엽게 여겨 배를 만들고 살아있는 종자를 배에 실으라고 한다. 홍수가 일어났다. 바람과 물과 어두움, 신들조차 무서워했다. 그 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거의 같다. 중요한 것은 마치 본 듯이 생생히 이 파멸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일한 이야기를 멕시코에서도 볼 수 있다. 4태양의 종말이 바로 그것이다. 아즈텍인들은 두 사람만 살아남았다고 전한다. 거대한 배를 만들어 산꼭대기에 도착한 그들은 땅으로 내려와 많은 아이들을 낳았는데, 아이들은 비둘기가 나무 위에 앉아서 말을 알려줄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말은 각각 달라서 아이들은 서로 이해할 수 없었다.

중앙 아메리카의 메초아카네섹스 족의 전승은 창세기와 메소포타미아의 그것과 너무나 같다. 테스카틸포카라는 신은 테스피의 가족을 큰 배에 태워 살려주며 동물과 종자를 배에 실었고 배는 산의 정상에 도달한다. 테스피는 상륙해도 좋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콘도르를 날려보낸다. 콘도르는 돌아오지 않고 다른 새를 날려보냈는데 오직 벌새만 잎 달린 가지르 물고 돌아왔다. 다시 인구가 번성하고 땅위에 넘쳤다.

유카탄 반도와 과테말라의 마야족도 위대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아남아 인류의 시조가 되었다고 전한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며 그 형태가 비슷하다. 북 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 신화 속에 남아있는 인류의 대홍수 기억은 어디까지 퍼져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500편 이상의 홍수전설이 있고 86편을 조사한 리처드 안드레 박사는 62편이 메소포타미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판단한다. 중국과 말레이, 라오스와 태국, 버마의 카렌족, 베트남, 오세아니아에도 홍수의 전설은 있다.

그리스 신화는 시대별로 종족을 설명한다. 황금종족은 신처럼 살았다, 잠을 너무많이 잤기 때문에 죽었고 제우스의 명령으로 지구바닥에 가라앉았다. 은의 종족과 동의 종족, 영웅의 종족에 이어 철의 종족이 나타나는데 바로 현생인류다. 흥미있는 것은 동의 종족인데, 그들은 거인의 힘과 강한 다리에 강한 손을 가졌고 프로메테우스라는 거인족이 인간에게 불을 주는 잘못을 저질러 제우스가 사멸시켰다. 신들이 지상을 단 한 번에 휩쓸어버린 방법은 홍수였다.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인 데우칼리온은 피라를 아내로 맞이했고 피라는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딸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데우칼리온에게 나무 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 필요한 것을 모두 넣고 피신하라고 이른다. 홍수가 끝나고 이들이 제우스에게 제물을 바치자 제우스는 돌을 던지라고 한다.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자가 피라가 던진 돌은 여자가 된다.

인도에도 비슈누신이 마누에게 비슷한 일을 한다. 이집트에서는 세티 1세의 묘에서 사나운 홍수로 불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멸망시킨 달의 신 토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호피족의 신화는 매우 명쾌하다. “최초의 세계는 인류의 잘못으로 하늘과 지하에서 나온 불이 모든 것을 태워서 파괴되었다. 두번째 세계는 지구의 축이 뒤집혀서 모두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세번째는 세계적인 홍수로 끝났다. 현재는 네번째 세계다. 이 시대의 운명은 사람들이 창조주의 계획대로 행동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된다”

25 종말론의 다양한 가면

이슬람교에 귀의하기 전의 이란에 살았던 아베스타 계 아리안 인도 호피족과 비슷한 것을 믿고있다. 최초의 시대데 살았던 사람들은 순수하고 죄가 없었으며 키가 컸고 장수를 누렸다. 그 시대가 끝날 무렵 악마가 성스러운 신 아후라 마즈다에게 싸움을 걸어 재난이 잇따른다. 제 2시대는 악마가 실패한다. 제 3시대는 선과 악이 균형을 이루었다. 제 4시대, 현재는 악이 승리하기 시작했다.

흥미있는 것은, 제 1시대의 종말에 있었던 재난이 홍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악마인 안그라 마이뉴가 습격해오자 겨울이 열 달로 늘어나고 여름이 두 달로 줄었다. 모든 것이 얼음에 파묻혔다. 아후라마즈다는 이마라는 사람에게 지하저장소를 지어 짐승과 불꽃을 들고 들어가라고 한다. 물을 흐르게 하고 푸른풀을 자라게 하고 여기서 살아남으라고 한다. 하늘의 1/3이 악마의 지배에 들어가고얼음이 지표를 뒤덮은 재해였다.

신의 경고와 함께 세상이 무너지고 소수의 사람이 구제되는 이야기는 세계 각지에 존재하고 있다. 혹독한 추위와 깊은 암흑, 인류를 줄이기 위한 방편, 배고픔과 고통, 식인, 죽음... 또는 홍수와 구름, 어둠과 함께 사라진 해와 달... 행성은 궤도를 바꾸고 태양과 달과 별은 움직임을 바꾼다. 땅은 갈라지고 풀은 마르며 나무는 연기를 내뿜고 바위는 가루로 변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다양한 형태의 설화와 전승과 상징적 이야기들로 전세계적인 분포를 보이며 남아있다.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의 튜튼족은 다른 문화보다 태고의 기억이 신화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고대의 음유시인과 현인들의 노래들에 실린 이야기들은 학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동쪽에 있는 먼 삼림에서 나이를 먹은 거인이 어린 이리를 불러들였다. 이리들 중 한 마리가 태양을 쫓아가 손에 넣으려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매년 이리는 강해지고 마침내 태양에 도달했다. 태양은 줄어들어 피로 물든 것처럼 붉어졌다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 후 끔찍한 겨울이 닥쳤다. 전쟁이 일어나고 인간은 이리처럼 변해 서로를 죽였다. 세계는 공허한 나락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던 중 신들이 묶어놓았던 큰 괴물이리가 쇠사슬을 끊고 도망쳤다. 이 괴물 펜리르가 몸부림을 치자 세계가 격렬하게 움직였다. 산들은 무너져내리고 정상에서 기슭까지 갈라졌다. 신에게 버림받은 인간은 땅 위에서 한꺼번에 사라졌다. 별은 하늘에서 표류하다가 땅 사이로 떨어졌다. 갈라진 틈에서 불이 나오고 증기로 가득찼다. 모든 생물과 생명이 사라졌다.

그 다음에는 모든 강과 바닷물이 넘쳐 홍수가 일어났다. 파도와 파도가 맞부딪치고 육지는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런 재해 속에서도 물푸레 나무 이그드라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죽음을 면하고 다시 시작하는 시대의 시조가 되었다. 서서히 육지가 파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Posted by 바람을본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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