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신인(神人)의 도움으로 임진왜란을 막은 이순신 장군

 

 
 

 * 크고 작은 일을 물론하고 신도(神道)로써 다스리면 현묘불측(玄妙不測)한 공을 거두나니 이것이 무위이화(無爲以化)니라. (道典 4:5:1)
 
 이순신은 임진왜란에서 일본 수군을 상대로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거북선의 눈부신 활약과 함께 한산대첩, 명량대첩 등에서의 뛰어난 전법이 승리의 주요 원인이었다. 
 
 거북선 고안에서부터 전략전술에 이르기까지 이순신의 뛰어난 능력과 지혜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꿈에 거북을 보고 거북선을 고안하다
 신묘(辛卯 1591)년 47살의 이순신은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에 오른다. 이순신은 왜침을 예상하고 미리부터 군사를 훈련하고 장비를 갖춘다. 특히 거북선*을 제조하여 전쟁에 대비한다. 
 
 어느 날 이순신은 나랏일로 고심하다가 잠이 드는데, 이 때 거북선 고안의 단초가 되는 신기한 꿈을 꾼다.
 
 나는 병사들에게 먹일 식량을 찾아 바다로 나갔다. 무척이나 먼 곳까지 노를 저어 왔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거대한 거북이 바다에서 솟아올랐다. 
 
 나는 식용으로 쓸 요량으로 거북을 잡기 위해 화살과 무기를 총동원했다. 그러나 노력도 헛되이 도무지 내 손으로는 거북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 거북의 입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놀라 잠에서 깨어난 이순신은 거북 모양으로 생긴 특수한 전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거북선은 두꺼운 나무판을 높히 이어 붙인 다음 그 위에 튼튼한 철갑을 둘러 만들어졌다. 또 거북선의 뱃머리는 용머리처럼 생겼는데, 그곳을 통해 대포가 발사되고 유황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임진(壬辰, 1592)년 5월, 사천해전이 발발하기 이틀전의 일이다. 5월 27일 밤에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이순신은 신비로운 꿈을 꾼다. 꿈속에서 신령님 같은 노인이 나타나 이렇게 외쳤다. 
 
 “일어나라! 왜적이 나타났다.” 
 이순신은 벌떡 일어났다. 이 때, 경상우수영으로부터 도와달라는 급한 보고가 날아들었다. 5월 29일 새벽, 거북선을 앞세운 이순신의 함대는 사천을 향해 기운차게 진격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3일간의 해전 끝에 왜군 함선 13척을 격침시키고, 왜군 2,600여 명을 사살한다.
 
 
 노모의 죽음을 알리는 꿈을 꾸다
 정유(丁酉, 1597)년 1∼2월에 일본은 대군을 동원하여 조선을 다시 침략해온다. 정유재란이 발발할 즈음 이순신은 누명을 뒤집어쓰고 파직 당한다. 서울로 잡혀 올라온 이순신은 옥에 갇혀 한 차례 고문을 받는다. 다행히 풀려나지만 백의종군하라는 명을 받는다. 
 이순신은 금부도사에게 이끌려 도원수 권율이 있는 경남 합천의 초계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던 차에 순천으로 피란갔던 83세의 노모가 배를 타고 올라오다가 끝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한다. 
 
 노모가 숨을 거두던 그날, 이순신은 불길한 꿈을 꾼다. 그리고 이틀 후 부고를 듣는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4월 11일〕 새벽에 꿈을 꾸었는데 몹시 번잡스러워서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덕’을 불러 대강 이야기하고, 또 아들 ‘울’에게 이야기하였다. 마음이 몹시 언짢아서 취한 듯 무엇에 홀린 듯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으니 이 무슨 조짐일까. 병환 중인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종을 보내어 어머니의 소식을 알아오게 하였다.
 
 〔4월 13일〕 조금 있자니 배에서 달려온 종 순화가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방을 뛰쳐나가 슬퍼 뛰며 뒹굴었더니 하늘에 솟아 있는 해조차 캄캄하였다.
 
 이순신은 비통한 심정으로 시신을 집으로 모셨다. 그러나 조정의 명령을 어길 수 없다는 금부도사의 재촉에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합천으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순신은 또다시 꿈을 꾼다. 그리고 꿈속에서 죽은 형님들을 만난다. 
 
 〔5월 6일〕 꿈에 돌아가신 두 분 형님을 만나 서로 붙들고 울었다. 형님들이 말씀하시기를 “장사를 지내기도 전에 천리 밖에서 종군하고 있으니, 누가 일을 맡아서 한다는 말이냐? 통곡을 하더라도 어떻게 할 것인가?” 하셨다. 두 형님의 혼령이 천리 밖까지 따라오셔서 이와 같이 근심하고 걱정하시니 슬프고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꿈에 신인이 나타나 전술을 알려주다
 후임 통제사 자리에 올랐던 원균이 7월 칠천량 전투에서 대패하고 자신도 전사한다.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빠지자 이순신은 8월초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된다. 장군은 9월 16일 겨우 12척의 함선을 이끌고 출동, 서해로 향하는 133척의 일본전선을 명량해협(울돌목)의 거친 물살을 이용해 대파한다. 
 
 

 명량대첩 직전에 이순신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꿈을 두 차례 꾼다. 신령스럽게도 꿈에 한 신인(神人)이 나타나 적군의 행적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술을 예지해 주었다. 이순신은 꿈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고, 또 꿈에서 계시 받은 대로 실전에 임한다. 그리고 대승을 거둔다. 이순신은 당시의 상황을 난중일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9월 13일〕 매우 이상한 꿈을 꾸었다. 임진년 승전했던 한산대첩 때 꾸었던 꿈과 흡사하였다. 이는 무슨 징조일까?
 
 〔9월 15일〕 여러 장수들을 불러모아서 “병법에 이르기를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하였고 ….
 꿈에 신령스런 분이 나타나서 이렇게 진을 치고 저렇게 군사를 배치하면 크게 이길 수 있으나 달리 하면 질 것이라고 가르쳐주셨다.
 
 〔9월 16일〕 곧바로 명령을 내려 적장 ‘마다시’를 토막토막 잘랐더니 적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적선 31척을 깨뜨리자 적선은 도망하고 다시는 우리 수군에 가까이 오지 못하였다. 이번 일은 참으로 하늘이 도우셨다.
 
 
 조선의 형세가 누란(累卵)과 같이 위급하다보니 아마도 천상의 조선신명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었나 보다. 그리고 충심어린 이순신에게 조선을 구할 묘책을 계시한 모양이다. 즉, 국난이 닥치자 천상의 신명과 지상의 인간이 함께 역사하여 이를 수습한 것이라 판단된다. 
 
 〈참고서적〉
 이순신의 『난중일기』(서해문집, 2004)
 디어더 배럿의 『꿈은 알고 있다』(나무와 숲, 2003)
 
 
 * 거북선에 대한 기록은 『태종실록』에 처음 보이며, 이후 이순신에 의해 철갑선으로 개발, 창제되었다. 거북선 제작연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난중일기』에 따르면 거북선에 비치한 포(砲)를 처음 발사한 날은 임진왜란 발발 한달 전인 1592년 3월 27일, 장계(狀啓, 지방관원이 임금에게 올리는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 해전에 참가한 것은 5월 29일 사천해전이라 하였다. 거북선은 최초의 돌격용 철갑선으로 서양보다 무려 250년이나 앞섰다. 미국 워싱톤의 전쟁기념관(War Memorial Museum), 영국 해사박물관(Maritime Museum), 중국, 독일, 불란서, 캐나다 등 세계 각지의 역사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송구봉의 ‘구선도’를 보고 거북선을 제조하다 ≫≫≫≫≫≫≫≫≫
 이순신의 거북선을 둘러싸고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순신에게는 송구봉이라는 스승이 있었다. 그는 비록 서출이었지만 학식과 인품이 높아 많은 이들이 따랐다. 이순신이 12,3세 때 친구들과 돌을 모아놓고 진법연습을 하고 있었다. 
 
 송구봉이 그걸 보고 있다가 집에 다녀가라고 했다. 그래서 이순신은 밤에 송구봉의 집에 갔는데, 그는 방에 누워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순신은 송구봉의 방에서 구선도(龜船圖)를 보고 집에 왔다. 송구봉이 묵언으로 교지한 것이다.
 
 세월이 한참 흐른 어느 날, 이순신은 여수 수사로 와서 여수 둔덕재의 솔을 가지고 거북선을 만들었다. 배를 만들었는데 여덟 개의 구멍 중 한 개의 용도를 몰라 송구봉에게 다시 가서 여쭈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구멍은 사청목(巳聽目)이라 했다. 뱀은 눈으로 소리를 듣기 때문에 바깥의 말을 듣기 위해 한 구멍을 놔둬야 했다. 
 
 송구봉이 비범한 인물임음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도 짐작해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구봉(龜峰)이란 호의 거북 구(龜)자가 이순신의 거북선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았으리라. 이순신이 임진왜란에서 승리한 데는 이처럼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출처: 월간개벽

Posted by 바람을본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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